[여장일기 276] 새벽 4시의 사건

새벽 4시,
한 남자가 다가와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여자의 뒷통수를 가격해 쓰러뜨린다.
여자가 저항하자 남자는 달아난다.
그리고 30분 뒤 똑 같은 일이 근처 주차장에서 다시 벌어졌고,
이번의 여자는 쓰러졌다.
남자는 여자를 발가 벗겨 속옷을 훔쳐 달아났다.
최근 전주시 어느 대학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뉴스를 보는 순간 시디인 나,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새벽 4시라면…
내가 여장하고 외출하는 시간이다.
아마 대부분의 초보 시디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 새벽 시간을 이용해 외출한다.
사람들을 피해 어두운 골목이나 한적한 공원등을 산책하는 게 여장남자들이 누리는 새벽의 즐거움이다.
사람들을 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쁘게 보이려고 여성스러운 옷에 짧은 치마, 그리고 하이힐 등으로 코디한다.
나 역시 그랬다.
사진과 같은 초미니 원피스를 입고 나간 적이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이 뉴스를 보고 앞으론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도 뒤통수를 가격 당할지 모르니까.
물론 남자이기에 기본 근육을 써서 저항하겠지만,
사건 속 여자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무섭다.
한 밤중에 여자 옷을 입은 채 그와 난투극을 벌일 생각을 하니 정말 끔찍하다.
토요일 새벽,
오늘도 외출하려고 꽃단장을 했으나
이번 주는 그냥 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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