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여장소설 156] 딸에게 여장을 들켰다.

내 딸은 중학생이다.
그 사건이 있었던 시간은 자정이 조금 넘었었고,
딸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고 생각되던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아내에게 여장을 부탁했다.
나는 아내가 입혀 준 분홍색 슬립을, 아내 역시 하얀색 레이스 슬립을 입고 있었다.
우리는 침대에 마주 앉아 아내가 내게 화장을 해주고 있었다.
결혼 전 나는 무려 15년 동안이나 여장을 했었고 결혼 후 나는,
이혼을 각오하고 내 시디 성향을 아내에게 고백했다.
말도 안 되는 고백이었다.
당시 아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이혼의 문턱까지 갔었지만 결국 자식 때문에…
딸이 아직 어렸기 때문에…
아내는 조건부로 내 시디 성향을 용인해 주었다.
여장은 집에서만, 그리고 부부관계 때만 하는 것으로 약속했다.
이혼까지 생각했었는데 참으로 고마운 아내였다.
여장한 상태로 부부관계를 하니 더욱 좋았다.
내가 진짜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부부 사이가 아닌 레즈 플레이를 하는 느낌으로 관계를 가졌다.
여장을 허락한 대가로 나는 모든 면에서 아내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야말로 착한 남편으로 살았다.
여장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아내도 차츰 내 여장 취미를 인정해 주었다.
이제 부부관계 때는 항상 여자 속옷을 입었다.
그러나…
딸이 어렸을 때는 크게 상관이 없었으나 중학생이 되자 이 은밀한 행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
밤 12시 이후에만 그 일을 했다.
그런데 그날은…
일이 엎어지려고 그랬는지…
방 밖의 인기척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치러질 우리의 사랑놀이로 인해 둘 다 마음이 들떠 있는 상태였다.
딸이 안방을 향해 걸어오는 소리도,
문을 열고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날은 오랜만에 화장도 했다.
화장을 마치고 슬립 차림으로 아내와 포옹하며 가슴 애무와 키스를 나누던 순간,
그제야 딸의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딸은 그야말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우리 부부를 바라보았다.
하늘이 노래졌다.
등을 돌리고 있던 아내에게 등 뒤의 상황을 설명하고 딸의 이름을 불렀다.
“현아…”
하지만 딸은 왜 아빠가 여자 속옷을 입고 있는지,
남자 입술에 왜 빨간색 립스틱이 칠해져 있고 얼굴엔 분홍색 화장이 되어 있는지,
그리고 우리 부부가 왜 저런 모습으로 포옹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저 넋 나간 표정으로 엄마 아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졌다.
간혹 부부관계를 자녀에게 들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빠가 여장한 모습이라니, 게다가 화장까지 한 모습이라니…
그런 모습은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딸이 받은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도무지 짐작되지 않았다.
죽고만 싶었다.
아내가 조리 있게 설명해 준다면 고맙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제 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조차 두렵다.
충격이 가실 때까지 당분간 떨어져 살아야 할까?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미치겠다.
정말 죽고만 싶다.

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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