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10시.
오늘도 어김없이 업을 한다.
나는 지금 어제 지하상가에서 구매한 핑크색 핫팬츠를 입고 있다.
나는 핑크색을 참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핑크는 여자의 색이다.
나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즉 크로스드레서다.
남자 옷을 입었을 때는 드러나지 않았을 부위가 드러나며 가슴을 뛰게 한다.
매끈한 종아리와 허벅지 그리고 작고 동그란 엉덩이.
거울 속 내 모습이 참으로 어여쁘다.
스타킹을 신는다.
발톱엔 핑크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
검은색 팬티스타킹을 신는다.
속이 은은하게 비치는 25데니어 스타킹이다.
특이하게도 스타킹 안에는 팬티를 입지 않는다.
스타킹만 입었을 때의 느낌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다.
검은색 브래지어를 차고 속이 은은하게 비치는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었다.
앞 단추 두 개를 푼다.
가슴이 반쯤 드러난다.
거울을 본다.
예쁘다.
무언가를 결심한 여자처럼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현관문을 나선다.
지금 밖에는 러버 한 분이 기다리고 있다.
공원에 그의 차가 있다.
공원에 도착했다.
그의 검은색 차가 보인다.
차에 오른다.
다소곳하게 두 다리를 모으고 말없이 앉아있다.
차 안에서의 긴장이 흐른다.
그의 (썩 재밌지만은 않은) 소소한 이야기에 미소를 지어준다.
힐끔힐끔 그가 내 다리를 쳐다본다.
나는 두 다리를 모으며 사타구니를 조인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가 나를 당겨 안아 키스한다.
가슴으로 그의 손이 들어온다.
차창 밖은 어둡다.
멀리 억새 잎이 흔들리는 풍경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 앞에서 연인인 듯한 두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다.
그렇게 한동안 우리는 키스를 나누었다.
그가 불편하다며 뒷좌석으로 옮기자고 했다.
뒷좌석은 앞 좌석보다 아늑했다.
하얀색 융단이 깔려있었다.
그의 손이 내 허벅지를 더듬기 시작한다.
‘시작되었구나.’라고 속삭이며 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처음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걸까?
맨날 치마만 입었지, 이렇게 핫팬츠를 입고 나온 건 처음이다.
특이하게도 그는 치마보다 핫팬츠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손이 점점 은밀한 곳으로 이동한다.
나는 두 다리를 최대한 모아 쉽게 점령당하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의 손은 더욱 깊이 파고든다.
사실 핫팬츠 벨트를 일부러 두 칸쯤 느슨하게 풀어놓았었다.
굳이 벨트를 풀지 않아도 그의 손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말이다.
그의 손이 핫팬츠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이 스타킹에 닿았다.
‘팬티를 입을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하며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스타킹을 통해 느껴지는 그의 손이 참으로 따스하다.
여자의 손처럼 부드럽다.
팬티를 안 입어서 그런가?
계속해 수치심이 느껴진다.
침 한 방울이 목구멍으로 꼴깍 넘어간다.
곧 짓궂게 다뤄질 내 모습이 전지적 시점으로 그려진다.
시작되었다.
그의 손놀림에 의해 점점 허물어지고 있는 나를 느낀다.
“아~ 너무 좋아.”
그의 손이 스치는 곳마다 전율이 느껴진다.
입에서는 연신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잠깐의 원초적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헤어진다.
다음번엔 좀 더 진지한 무언가를 해보자는 그의 말을 되뇌이며 집으로 돌아온다.
Posted in여장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