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여장소설 189] 여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여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엄마의 옷을 입고, 누나의 옷을 입고 집 주변을 몰래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어떻게든 저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태권도와 합기도 학원에 다녔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남자다운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자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며 행복해 했습니다.
대학생이 되자 본격적인 여장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화장도 하고, 입고 싶었던 여자 옷을 마음껏 구매해 입어보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계속해서 여자로 살고 싶어 했습니다.
군대를 갔다 와서도 이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기독교 집안이며, 엄마가 장로셨지만 제 성향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마치 죄인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이가 들어 결혼도 했습니다.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연애를 잘하지 못했고 어머니의 교회 친구 따님을 소개받아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별로 예쁘지는 않았지만 착한 여자였습니다.
결혼 후에도 여장은 몰래몰래 숨어서 이어갔습니다.
아내와 부모님 모두 아이를 빨리 갖기를 원했는데 솔직히 저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빠가 여장남자란 사실과 아직도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아이 앞에 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국 아이를 낳았습니다.
막상 아기를 안아보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아주 잠시 ‘그래! 이제 여장을 끊자.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자’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었고 여장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 저는 정신과에 가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완전한 여자가 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국 성 정체성 장애라는 진단과 함께 성전환증이라는 진단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호르몬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힘들었던 시간이, 나를 버리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부터는 나를 조금 더 사랑하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아내에게 모든 걸 고백했습니다.
아내는 힘들어했습니다.
눈물도 흘렸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며 저는 너무나 큰 죄를 지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내는 저를 이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내를 정말 사랑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저는 호르몬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간 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점점 여자가 되어가는 걸 느낄 정도의 변화입니다.
지금 저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언제까지 이 행복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더는 울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를 이해해 주는 아내가 있으니까요.

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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