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남자

[시디소설 194] 여장남자를 만났다.

여장남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보았다.
퇴근길, 지하철역 입구에서 만나 지하철역 안까지 그를 따라갔다.
나는 시디다.
시디이기 때문에 시디를 알아보는 눈이 있다.
그의 여장은 조금 허술했다.
전체적인 모습은 이랬다.
긴 파마머리에 리본이 달린 머리띠. 꽃무늬가 가득 들어간 노란색 블라우스,
역시 꽃무늬가 들어간 분홍색 치마에 민트색 스타킹,
스타킹 위에는 레이스 양말.
그리고 분홍색 하이힐.
분명 모든 게 여자들이 착용하는 아이템이었지만 여자들이 그렇게 입지는 않는다.
조합이 무척 촌스러웠다.
그래서 튀었다.
반면 다리는 굵었다.
게다가 근육질,
팔에도 장난 아닌 근육이 붙어있었다.
팔과 다리 모두, 나의 2배는 되어 보였다.
무엇보다 얼굴, 얼굴이 너무나 안 예뻤다.
못생겼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튀어나온 광대뼈며 큰 하관이 누가 봐도 남자의 상이었다.
화장으로 성별을 감출 수 있는 그런 얼굴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왜 여장을 했을까?
때로 이런 가혹한 조건에도 여장에 도전하는 남자들이 있다.
같은 시디임에도 동정할 수 없는 외모.
하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머리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심각할 정도로 과감하다.
때로 대낮에도 이렇게 거리낌 없이 여장 외출에 나서서 SNS의 표적이 된다.
같은 시디인 내가 봐도 안쓰럽다.
그러니 일반인이 보기엔 어떻겠는가.
그런데 이 남자, 그나마 그 정도는 아니어서,
아직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않는다.
오직 나만이, 그가 여장남자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가 지하철역 개찰구 앞에서 멈춰 섰다.
핸드백에서 마스크를 꺼내 얼굴에 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지, 개찰구를 빠져나가지 않고 그곳 주변을 계속 맴돌고 있다.
시디인 게 분명한데, 행동하는 모습은 너무나 당당하다.
그것 때문에, 나는 그가 정말 시디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혹시 시디세요?”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만일 그가 진짜 여자라면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목소리만 들으면 바로 확인 가능할 텐데… 방법이 없다.
그래서 순간 생각해 낸 것이… 그의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혹시 김보현 씨 아니세요?”
물어볼 이름을 김보현으로 정한 이유는 여자 이름 같기도 하고 남자 이름 같기도 해서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저기요…혹시 김보현씨 아니세요?”
“네? 아닌데요.”
“아… 제가 아는 분이랑 너무 닮으셔서… 죄송합니다.”
그는 시디가 맞았다.
목소리가 완전 상남자의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 어디에도 여성미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 시디세요?”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갑자기 그와 내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 그가 시디인 걸 확인한 후,
왜 그리 흥분되던지.
갑자기 나도 여장 생각이 간절해졌다.

여장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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