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사랑은 그 사람을 정말 책임질 수 있을 때, 그때 하는 거라고…
그가 내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한 건 입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내게 준 편지에서였다.
그전엔 “너를 사랑할 것 같다.”라고 썼지만…
그 편지에선 “너를 사랑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 편지를 읽으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편지를 건네준 이후로는 내가 힘들고 지쳐 있을 때,
그가 살며시 내 뒤로 다가와 귓속말로 “사랑해”라고 말하곤 했었다.
일주일에 한 시간인 체육 시간은 그와 나의 시간이었다.
그는 타고난 운동선수였다.
농구, 축구 못 하는 게 없었다.
여름 운동장에서 그의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에게 안기고 싶을 때가 많았다.
특히 상의를 벗고 반바지 차림에 열심히 땀을 흘리며 농구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더욱…
그가 운동하고 있을 때,
나는 잎이 아주 큰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 앉아 그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가 운동을 끝내기 전에 매점에 가서 시원한 음료수를 사 와
씩씩거리면서 내게 달려오는 그에게 건네주었다.
아마 다른 애들이 그런 나를 보며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원샷으로 숨도 쉬지 않고 마시는 그를 보면 나까지도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게 정말로 즐거웠고, 체육 시간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리고 그는 내게 항상 “아~ 잘 마셨다.”라고 말하며 빈 캔을 내게 주었다.
체육 시간에 항상 운동만 하는 건 아니었다.
어느 때는 그와 함께 학교 뒷 건물로 가 한 시간 내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학교 뒤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 작은 잔디밭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 잔디를 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 때는 내가 그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눕기도 하고…
한 편의 영화 같지요?
하하하.
그곳이 그와의 첫 키스를 나눈 장소랍니다.
너무나 먼 이야기인데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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