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부모님이 물려주신 시골집 하나가 있다.
지금은 직장 때문에 서울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 그곳에 내려가 여생을 보낼 것이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곳에 내려가 나만의 휴식을 취하곤 한다.
나는 크로스드레서, 여자 옷을 입는 취미가 있다.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휴식이란 곧 여장이다.
아내 눈치 안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골집에서 여장할 때의 즐거움이 내게는 가장 큰 행복이며 휴식이 된다.
그날은 외출을 하지 않고 업 한채로 오랜만에 옷정리를 했다.
잘 입지 않는 옷을 박스에 넣어 놓고 그동안 버린다 버린다 해 놓고 계속 미루고 있었다.
마침 집 근처에 고물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혹시 옷도 받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받으니까 어서 가져오라고 했다.
한 때 나에게 행복을 안겨주었던 옷들인데,
이렇게 디자인 된 옷은 다시 구하기도 힘든데,
나의 소중한 날개가 어떤 사람에게는 고물로 밖에 취급되는 게 안타까워 여러 번 망설였지만 결국 그곳에 팔기로 했다.
박스에 꾸역꾸역 넣어서 잘 안 신는 수면양말과 함께 겨울 옷까지 모두 챙겨 넣으니 꽤나 묵직했다.
낑낑거리면서 수레에 끌고 가 무게를 쟀는데 겨우 13kg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받은 돈은 겨우 13,000원.
너무나 적은 금액에 어이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시디카페에 나눔이나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뭐랄까?
이제 그 옷들이 내 품을 떠났다고 생각하니 왜 이리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지…
‘다시 가서 가져와?’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깝게 느껴졌다.
지난 수년간 내 곁에 머물며 나를 여자로 만들어 주었던 댓가가 고작 13,000원 이라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여장에 투입된 돈 만 해도 족히 수천만원은 될 것이다.
대신 다른 돈 드는 취미를 갖지 않았지만…
여장,
취미 자체로만 본다면 매우 고급 취미다.
돈도 많이 들고 신경써야 할 것도 많다.
그리고 이 고약한 취미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결혼을 해도,
아무리 예쁜 여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도…
이 취미는 결코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아마 어제 버린 만큼의 여자 옷을 나는 또 다시 모을것이다.
내가 나를 잘 안다.
그리고 시디들은 이런 내 마음, 지극히 공감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Posted in여장소설